10. 염소자리
염소자리는 황도 12성좌 중 제 10의 자리에요.
가장 잘 보이는 시기는 9월 중순으로 초가을 무렵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에요.
역삼각형의 모양을 한 별자리인데 오랜 옛날부터 중요하게 생각되어 왔답니다.
염소자리를 구성하는 별은 그다지 밝지는 않아요.
그래서인지 조금 쓸쓸한 느낌을 주는 별자리인 것 같아요.
“염소자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칼데아 지방의 사람들이라고 해요.
칼데아는 현재 이라크 유프라테스 강 부근으로 천문학의 발상지라고 잘 알려져 있답니다.
당시에는 동쪽 지점에 염소자리가 있었지요. 물론, 현재는 세차운동으로 인해 궁수자리로 이동하고 있답니다.
남쪽까지 내려온 태양이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인해 칼데아 사람들은 이 별자리를 바위산을 오르는 염소에 비유했던 것이라고 한다.
성도에서의 염소자리는 보통의 평범한 염소가 아니라 하반신이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요.
염소자리의 특이하고도 특별한 모습처럼 관련된 신화도 그리스 신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굉장히 유머가 넘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염소자리의 신화
판(Pan)이라는 이름의 목신은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판은 태어날 때부터 염소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요. 염소처럼 뿔이 있었고, 다리와 얼굴에도 염소와 비슷하게 수염이 나 있었지요.
판은 언제나 활달하게 웃는 밝고, 쾌활한 신이었다고 해요.
시링크스라는 이름의 갈대로 만든 피리를 불며 산과 들을 뛰어다니기도 하는 아주 태평스럽기도 한 신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런 판이 모습과는 또 다르게, 판은 열정과 광기를 다스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황감을 주는 힘도 갖고 있었지요.
그래서 ‘Pan(판)’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패닉(Panic)'의 어원이라고 해요.
어느 날 많은 신들이 나일 강 근처에 모여 연회를 열고 있었지요.
연회를 좋아하는 판도 여기에 참가하여 시링크스를 불기도 하고, 또 춤을 추기도 하면서 연회는 점점 무르익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괴물인 티폰이 나타났습니다.
티폰은 오래전 제우스에게 반란을 일으켰던 티탄 신족의 일원으로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괴물이었지요.
갑작스레 나타난 티폰으로 인해 신들은 몹시 당황하였고 이내 겁에 질려 다들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그의 아들인 에로스는 물고기로 변신해 강으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며 유유히 도망쳤지요.
이에 판도 강으로 뛰어들었지만 너무 급하게 모습을 바꾸는 바람에 상반신은 본인의 본 모습이라 할 수 있는 염소의 모습을 하게 되었고, 하반신은 물고기로 변신한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염소와 물고기의 모습을 한 채로 강을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나도 우스웠지요.
판의 이러한 모습을 기념하기 위해 제우스가 판이 변신하다가 말아버린 그 모습을 하늘에 남겼지요.
그리하여 어이없으면서도 웃긴 모습의 판이 염소자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짧지만 웃기면서도 당혹스러운 염소자리의 신화네요.
얼마나 급하고 무서웠으면 제대로 변신조차 하지 못했을까요?
그저 웃음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잔혹하면서도 무서운 여느 다른 그리스 신화와는 다르게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신화의 염소자리였어요.